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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읽어주는 서울시 소식 (2022/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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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날로 스며드는 이야기…역사 따라 옛 도서관 길을 걷다

문화 곁에 쉴 수 있는 책 읽는 서울광장
문화 곁에 쉴 수 있는 책 읽는 서울광장 ⓒ방윤희

서울도서관 개관 10주년을 맞아, 해설사와 함께 서울의 옛 도서관 역사를 따라 역사인문기행에 올랐다. 짙어져 가는 가을 풍경을 배경으로 한국 근대 도서관의 역사를 만나보자.

길 위의 도서관 여행을 하기 위해 이번 답사의 출발지인 서울도서관 정문 앞에 모였다. 기자가 방문 했을 당시 하반기 책 읽는 서울광장 운영으로 푸르른 광장을 책과 사람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책 읽는 서울광장'은 4월 23일 '세계 책의 날'을 맞아 개최를 알렸다.

이후 혹서기를 제외한 지난 11월 13일까지 서울을 대표하는 독서 행사로 자리 잡으며,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열린 도서관'으로 변하는 서울광장에서 독서와 휴식을 즐길 수 있었다.
책 읽는 서울광장에서 독서와 휴식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책 읽는 서울광장에서 독서와 휴식을 함께 즐길 수 있다. ⓒ방윤희

도심 속 잔디밭에 누워 책을 읽는 이색적인 풍경을 뒤고 하고, 본격적인 답사길에 올랐다. 서울의 대표도서관인 서울도서관은 서울특별시청(옛 경성부청사) 건물을 리모델링 하여 만든 곳으로, 광복 후에는 서울특별시 청사로 사용되기도 했다.

도서관은 좌우 대칭적인 정면성과 입면과 평면의 3분할 구성 등 르네상스 양식의 기본 틀을 갖추면서도 대지 형태에 맞춘 합리적인 배치, 개방형 사무공간, 장식성을 배제한 수수한 외관 등 역사주의 건축 양식에서 근대주의 건축으로 이행되는 과도기적 성격을 보여준다.

인구의 폭발적 증가와 시정의 확대로 수차례 증축과 개수와 보수 작업이 이루어졌는데, 행정 수요의 변화에 대응하고, 세계 도시로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서울도서관 뒤편에 새로운 청사를 짓게 되었다.

서울광장 앞에서 바라본 개관 10주년을 맞은 서울도서관
서울광장 앞에서 바라본 개관 10주년을 맞은 서울도서관 ⓒ방윤희

서울도서관을 지나 환구단으로 향했다. 환구단(?丘壇)은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황제로 즉위한 공간이다. 환구단은 황제가 하늘에 제사를 드리는 곳으로, 황단 또는 원구단, 원단이라고도 한다. 이 자리에는 조선 후기 중국 사신을 맞이하던 남별궁이 있었는데, 고종(高宗:1852~1919)이 1897년 황제에 즉위하면서 제국의 예법에 맞춰 환구단을 건설하였다.

1897년(광무 원년) 10월에 완공된 환구단은 당시 왕실 최고의 도편수였던 심의석(1854~1924)이 설계하였다. 환구단은 제사를 지내는 3층의 원형 제단과 하늘신의 위패를 모시는 3층 팔각 건물 황궁우, 돌로 만든 북과 문 등으로 되어 있었다.

일제강점기인 1913년 조선총독부가 황궁우, 돌로 만든 북, 삼문, 협문 등을 제외한 환구단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조선경성철도호텔을 지었다. 환구단은 대한제국의 자주독립을 대내외에 널리 알리는 상징적 시설로서 당시 고종 황제가 머물던 황궁(현재의 덕수궁)과 마주보는 자리에 지어졌다.

3층 팔각 건물의 환구단이 도심 속에 어우러졌다.
3층 팔각 건물의 환구단이 도심 속에 어우러졌다. ⓒ방윤희

1914년 일제는 환구단을 철거하고, 조선철도 호텔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환구단은 사라지고, 황궁우와 석고단만 남았다.

석고는 광무 6년 황제의 즉위 40주년을 기념하여 세운 조형물이다. 세 개의 돌북은 하늘에 제사를 드릴 때 사용하는 악기를 형상화한 것으로 몸통에 용무늬가 조각되어 있다. 이 용무늬는 조선조 말기의 조각을 이해하는 좋은 자료로서 당시 최고의 조각 중 하나로 평가된다. 대한제국 역사에서 중요한 이곳은, 우리 도서관 역사에서도 의미 있는 공간이 아닐 수 없다.
세 개의 돌북이 마치 악기를 형상화하고 있다.
세 개의 돌북이 마치 악기를 형상화하고 있다. ⓒ방윤희

다음 여정은 도심 사거리에 자리한 대관정(大觀亭)으로 불린 공간이다. 대관정은 호머 헐버트(Homer B. Hulbert)의 집이었다가, 대한제국 영빈관으로 쓰였다. 경성부립도서관(지금의 남산도서관)이 자리했던 곳이다. 현재는 부영호텔 건립 공사가 한참 진행 중이다.

대관정 터를 지나 도심 한복판을 메우고 있는 근택빌딩 터로 향했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근택빌딩이 있던 자리로 근택빌딩은 한국 현대사와 언론사 문학사에서 의미 있는 공간이다. 정지용과 윤동주의 이야기가 깃든 장소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롯데백화점 주차타워로 쓰이고 있다.

다음은 조선총독부도서관국립중앙도서관의 옛터를 찾았다. 1925년 문을 연 조선총독부도서관은 어디에 있었을까? 지금의 소공동 롯데백화점 주차장(서울특별시 중구 소공동 6번지) 자리에 1923년 11월 30일부터 1974년 12월 1일까지 있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조선총독부도서관의 시설·장서·사람을 승계하여 1945년 10월 15일 개관했다. 도심 한복판에 있던 국립중앙도서관을 남산을 거쳐 반포동으로 이전한 것에는 정치적인 이유도 빼놓을 수 없겠다.

롯데백화점 주차장 자리에 1992년 10월 15일에 세워진 국립중앙도서관의 옛터
롯데백화점 주차장 자리에 1992년 10월 15일에 세워진 국립중앙도서관의 옛터 ⓒ방윤희

이어 옛 미국문화원(국가등록문화재 제238호)으로 걸음 옮겼다. 이 건물은 일제강점기인 1938년 조선에 들어왔던 일본기업 중 하나인 '미쓰이물산 경성지점'으로 지었다. 본래 이 자리에는 1900년대 초 고전주의풍의 미쓰이 지점 건물이 서 있었는데 그 건물을 허물고 지하 1층~지상 4층으로 다시 지었다. 원래는 7층으로 지을 계획이었으나 다 짓지는 못하였다.

이 건물은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화강석과 타일로 외장을 하였다. 건물의 외관은 모더니즘 양식으로 되어 있는데 창 사이의 벽에 주름 장식을 넣었다. 이는 장식을 배제하여 무미건조한 분위기를 보였던 1930년대 국제주의 양식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밀랍인형 박물관인 그레뱅 뮤지엄(Grevin Museum)이 문을 열기도 했다.

옛 미국문화원 건물에 여러 이야기들이 켜켜이 쌓였다.
옛 미국문화원 건물에 여러 이야기들이 켜켜이 쌓였다. ⓒ방윤희

1948년부터 한미정부 간의 '재정 및 재산에 관한 최초협정'에 따라 미국 행정부가 소유하여미국문화원으로 사용하였다. 해방 후에는 미국대사관과 미국문화원으로 쓰이기도 했다. 현재는 서울시가 서울시청 별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1985년 민주화 과정에서 있었던 '대학생 미문화원 점거 농성사건'의 현장이기도 하다. 서울시청 별관으로 쓰인 이 건물에는 건물의 이름만큼이나 여러 이야기가 앞다퉈 서려 있을 것이다.

다시 향한 곳은 서울시청 신청사 건물 앞이었다. 서울시청 신청사는 건축가 유걸 씨가 설계했다. 호불호가 엇갈리는 현대 건축물 중의 하나이다.

신청사 건축으로 내부와 외관 일부가 변경되었고,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새단장 공사를 거치면서 서울도서관과 전시관, 역사관을 갖춘 시민 문화 공간이 조성되었다. 이 건물은 옥탑과 전면 파사드(facade), 현관과 중앙홀 등 주요 부분에 건립 당시의 모습이 잘 남아 있어 당시의 건축 기술 수준을 가늠할 수 있으며, 주변의 덕수궁과 성공회성당, 구 국회의사당(현 서울시의회) 등과 함께 서울 태평로 일대의 역사적 도시 경관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다.

물결치는 듯한 서울시 신청사의 모습이 펼쳐진다.
물결치는 듯한 서울시 신청사의 모습이 펼쳐진다. ⓒ방윤희

서울시청 신청사에서 길을 건너 부민관으로 이동했다. 경성부(京城府)가 경성전기주식회사의 기부금으로 지은 건물이다. '부민(府民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지었다.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로 일제강점기 마지막 의거가 있던 곳이기도 하다. 국회의사당으로 쓰이다가, 지금은 서울시의회 건물로 사용하고 있다.
부민관이었던 서울시의회 건물 앞에서 지난한 도서관의 역사를 음미하고 있다.
부민관이었던 서울시의회 건물 앞에서 지난한 도서관의 역사를 음미하고 있다. ⓒ방윤희

주교좌성당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한층 깊어진 총천연색의 가을과 어우러진 건물들을 눈에 넣어두는 것이 즐거웠다. 성공회 서울성당은 '주교좌성당'이라고 불린다.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은 이 성당은, 서울시 유형문화재 35호이다. 영국인 건축가 아서 딕슨(Arthur S. Dixon)이 설계했다. '미완성' 상태로 있다가, 1996년 건축가 김원이 원설계 대로 '완공'했다. 1987년 '6월 항쟁'이 시작된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성공회 주교좌성당이 가을 총천연색을 선사한다.
성공회 주교좌성당이 가을 총천연색을 선사한다. ⓒ방윤희

골목 사이로 고종의 길이 펼쳐졌다. 아관파천 때,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할 적에 사용한 길로 알려져 있다. 정조를 롤모델로 삼았던 고종은, 규장각을 강화하고 개화 서적을 대대적으로 수집하기도 했다.

중구 정동과 서울시청 일대는 대한제국의 정치와 외교 중심지이자 배움과 나눔을 실천하고, 신문화와 계몽이 시작된 공간들이 자리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근현대사가 고스란히 쌓인 고종의 길을 걸으며, 고종은 왜 근대화에 실패하고 망국의 군주가 되었는지를 생각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정동 근대역사길 역사보행 탐방로에서 특별한 정동 산책을 떠나보자.
정동 근대역사길 역사보행 탐방로에서 특별한 정동 산책을 떠나보자. ⓒ방윤희

고종의 길을 내려와 둔턱에 둘러 앉았다. 뒷 배경은 러시아공사관이 있던 곳으로 '아관파천(俄館播遷)'의 현장이다. 건축가 사바틴(Afanasuu Ivanovich Scredin-Sabatin)이 설계하였다. 사바틴은 '한국 근대도서관 건축가'로도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1925년부터 1950년까지 소비에트연방 영사관으로 쓰였다.
옛 러시아공사관 터에서 근대화에 실패한 고종의 여운이 감도는 듯했다.
옛 러시아공사관 터에서 근대화에 실패한 고종의 여운이 감도는 듯했다. ⓒ방윤희

정동길로 접어들어 마주한 건축물은 현재 이화박물관이 있는 이화학당의 옛터이다. 신촌 캠퍼스로 이전하기 전, '이화학당(梨花學堂)'이 있던 곳이다. 이화학당은 1886년 미국인 선교사 스크랜튼(Mary F Scranton)이 세운 여성 교육기관이다. 이화학당 건물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건축물은 심슨기념관(1915년 등록문화재 제3호로 지정)이다.
최초 근대 여자교육의 시작인 이화학당 옛터에 발자취가 스며들었다.
최초 근대 여자교육의 시작인 이화학당 옛터에 발자취가 스며들었다. ⓒ방윤희

이곳은 미국인 사라 심슨이 죽을 때 위탁한 기금으로 1915년 이화학당에 세워진 건물이다. 이화학당은 1886년 감리교 여 선교사 스크랜턴이 정동에 있던 자택에 세운 학교다. 1899년 메인 홀, 심슨 기념관, 프라이 홀 등을 지어서 본격적으로 캠퍼스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하였다.

메인 홀은 한국 전쟁 때 파괴되고 프라이 홀은 1975년 화재로 소실되어, 옛 건물 중에는 현재 심슨기념관만이 남아있다. 이 건물은 지하 1층~지상 3층의 벽돌조 건물로, 6·25사변 때 폭격으로 무너진 부분을 1961년 변형된 모습으로 증축됐다. 이후 2011년 10월 교내에 흩어져 있던 벽돌과 화강석으로 원형을 복원하여, 아치창과 화강석 키 스톤이 경쾌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중앙에 현관과 계단실을 둔 중복도식 구조로, 지금은 이화박물관, 교과교실, 자율학습실 등 다양한 교육 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일제강점기의 건축물인 구 신아일보 별관 터(2008년 8월 27일 대한민국의 국가등록문화재 제402호로 지정)를 지나자 붉은색 벽돌의 덕수궁 중명전(重明殿)이 모습을 드러냈다. 중명전과 예원학교 일대는 서양 선교사들의 거주지였다가 1897년에 경운궁(현 덕수궁)을 확장할 때 궁궐에 포함되었다.

경운궁 본궁과 이 일대 사이에 이미 미국 공사관이 자리를 잡고 있어서 별궁처럼 고종의 집무실과 거처로 사용했다. 중명전은 대한제국 황실 도서관으로 1899년에 지어졌다. 처음에는 1층의 서양식 건물이었으나, 1901년 화제 이후 지금과 같은 2층 건물로 재건되었다.

중명전 외에도 환벽정, 만회담을 비롯한 10여 채의 전각들이 있었으나, 1920년대 이후 중명전 이외의 건물은 없어졌다. 중명전은 고종이 1904년 경운궁 화제 이후 1907년 강제 퇴위 될 때까지 머물렀던 곳으로, 1905년 을사늑약을 체결한 비운의 현장이자 1097년 헤이그특사를 파견한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우리 근대사뿐 아니라 한국 도서관 역사에서 각별한 의미를 갖는 공간이다.

좌측으로 구 신아일보 별관 터를 지나며 노란 은행나뭇잎이 운치를 더한다.
좌측으로 구 신아일보 별관 터를 지나며 노란 은행나뭇잎이 운치를 더한다. ⓒ방윤희
한국 도서관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명전의 역사와 마주하였다.
한국 도서관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명전의 역사와 마주하였다. ⓒ방윤희

다음은 배재학당 동관(2011년 3월 15일 서울특별시기념물 제16호로 지정)으로 사용한 건물이자 지금은 역사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 배재학당 역사박물관을 찾았다. 서울시 기념물 제16호이며, 배재학당은 미국 선교사 아펜젤러(1858∼1902)가 1885년 세운 한국 최초의 서양식 교육기관이며 근대식 중등 교육기관이다.

1984년 배재고등학교가 서울시 강동구 고덕동으로 이전할 때까지 교실로 사용되었으며 배재고등학교 동관으로 불렸다. 2008년 7월 24일 동관 건물을 새롭게 단장하여 배재학당 역사박물관으로 개장하였다. 박물관에는 상설전시관, 기획전시관, 체험교실, 세마나실로 구성되어 있으며 상설전시관에는 1930년대 당시의 배재학당의 교실 모습을 재현했다. 이승만, 주시경, 김소월, 여운형이 배재학당을 다녔고, 서재필은 배재학당에서 교편을 잡기도 했다.

정면으로 바라다보이는 현관(玄關)과 양쪽 출입구의 돌구조 현관이 잘 보존되어 있다.
정면으로 바라다보이는 현관(玄關)과 양쪽 출입구의 돌구조 현관이 잘 보존되어 있다. ⓒ방윤희

정동 근대역사길을 끝으로 법원도서관이 개관할 때 자리했던 서울시립미술관으로 향했다. 서울시립미술관 건물은, 1928년 경성재판소로 지은 건물이다. 1995년까지 있었으며 일제와 독재시대에 다수의 인권 침해 판결을 내렸던 사법부 지부이다. 해방 후에는 대법원 청사로 사용했다. 현재는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서울시립미술관'으로 재탄생했다.
서울시립미술관으로 오르는 길 바닥 표지석에 법원도서관 터가 새겨져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으로 오르는 길 바닥 표지석에 법원도서관 터가 새겨져 있다. ⓒ방윤희

이번 기행 마지막 여정은 서울도서관 옥상, 하늘뜰(하늘뜰 동절기 12~2월 미개방)이었다. 옥상에 오를 일이 좀처럼 없었는데 색다른 즐거움이었다. 옥상에 오르자 광화문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탐방길에 올랐던 주교좌성당과 근현대사를 담뿍 담고 있는 주변 건축물들이 더 가까이에서 펼쳐졌다.

장장 세 시간 가량의 시간동안 환구단 → 국립중앙도서관 옛터 → 옛 미국문화원 → 부민관 → 주교좌성당 → 고종의 길 → 옛 러시아공사관 → 덕수궁 중명전 → 배재학당 역사박물관 → 법원도서관 옛터 그리고 다시 서울광장의 옛 도서관 길을 가만히 걸어보며 역사 속 그때, 그 날로 스며들었다.

서울도서관 옥상에 오르자 주교좌성당 주변 건축물들의 역사가 눈앞에 펼쳐졌다.
서울도서관 옥상에 오르자 주교좌성당 주변 건축물들의 역사가 눈앞에 펼쳐졌다. ⓒ방윤희

시설, 책(장서), 사람 이 삼박자가 모여 도서관이 완성되듯 역사의 무대에도 어김없이 도서관이 있었다. 등화가친(燈火可親) 이라고 했다. 등불처럼 잔잔한 노을 빛에 물든 저녁, 화사하게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을 등지고 앉아, 가만히 책에 귀 기울이는 이 계절, 친구가 되어주는 책이 있어 더없이 좋은 날들이다.
서울도서관 옥상에서 서울의 옛 도서관 길을 걷다 만족도 조사에 참여했다.
서울도서관 옥상에서 서울의 옛 도서관 길을 걷다 만족도 조사에 참여했다. ⓒ방윤희

- 시민기자 방윤희

상상이 현실로! 자율주행버스 타고 청계천 한 바퀴

지난 11월 25일부터 청계천을 따라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중이다.
지난 11월 25일부터 청계천을 따라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중이다. ©엄윤주

서울 청계천을 따라 지난 11월 25일부터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중이다. 자동차가 운전자 없이 스스로 주행하는 모습은 마치 미래의 모습을 담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꿈꾸던 상상이 현실이 된 듯한 신기함에 주말 직접 탑승해 본 체험은 기대 이상으로 짜릿했다.

승객 6명을 정원으로 청계광장에서 세운상가를 왕복하는 자율주행버스를 타고 청계천 한 바퀴를 도는 경험은 함께 탑승했던 꼬마의 말처럼 역사에 기록될 순간 같았다.
운행시간은 평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점심시간 12시~1시 30분 미운행)까지이다.
운행시간은 평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점심시간 12시~1시 30분 미운행)까지이다. ©엄윤주
자율주행버스에 탑승하려면 'TAP'이라는 앱을 설치해야 한다.
자율주행버스에 탑승하려면 'TAP'이라는 앱을 설치해야 한다. ©엄윤주

자율주행버스 탑승을 위해서는 우선 'TAP'이라는 서울 자율주행 전용 앱 설치가 선행되어야 한다. 앱 설치 후 탑승 위치와 인원수를 넣으면 호출신호가 전송되고 탑승 시간 등이 안내된다. 승차권 확인도 앱 속 모바일 탑승권이다.

현재 자율주행버스 정거장은 청계광장과 세운상가 두 곳이다. 이곳에서 승하차할 수 있으며, 총 주행거리는 청계광장에서 세운상가를 돌아 다시 청계광장까지 약 3.4km다.

탑승 전에는 솔직히 "자율주행 차량에 탑승하는 것이 과연 안전할까~" 하는 염려가 살짝 들기도 했었는데,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수동운전 전환을 겸하고 있다고 해서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었다. 그래서 자율주행버스 운전석에는 세이프티 드라이버가 함께 탑승한다.

탑승 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파란 하늘을 가득 담은 파노라마 루프였다. 옆면의 창도 일반 차량보다 층고도 높고 넓어 개방감이 탁월했다. 아주 작지만, 승객 마음대로 여닫을 수 있는 창문도 있었다.
탑승 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파란 하늘을 가득 담은 파노라마 루프였다.
탑승 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파란 하늘을 가득 담은 파노라마 루프였다. ©엄윤주

운행속도는 100km도 가능할 정도의 차량이지만 약 20km의 속도로 운행된다. 청계광장에서 세운상가까지는 워낙 차량 교통이 혼잡한 곳이라 속도보다는 "과연 안전하게 자동차 스스로 알아서 운행할까~"가 승객들의 최대의 관심사다. 세이프티 드라이버의 말에 의하면 자율주행 차량의 가장 큰 운행 변수는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사람들의 무단횡단이라고 한다.

주말이라 자율주행이라는 신기함을 체험하러 온 어린이 동반 가족 탑승객들이 무척 많았다. 함께 탑승했던 아이는 돌아가 오늘 일기에 적을 거리가 많아졌다며 신이 났다. 부모님 직장이 청계천 주변이라 자율주행버스를 보고 아이를 태워주고 싶어 주말 나들이에 나섰다는 가족들도 "신기하고 재밌었어요" 하며 감탄사를 이었다.
총 주행거리는 청계광장에서 세운상가를 돌아 다시 청계광장까지 약 3.4km다.
총 주행거리는 청계광장에서 세운상가를 돌아 다시 청계광장까지 약 3.4km다. ©엄윤주
전면 창 위에 설치된 대형 안내판에는 현재 위치와 정류장 정보가 나타난다.
전면 창 위에 설치된 대형 안내판에는 현재 위치와 정류장 정보가 나타난다. ©엄윤주
자율주행이 가능하지만 주행 중 일부 구간에서는 안전요원이 운전대를 잡기도 한다.
자율주행이 가능하지만 주행 중 일부 구간에서는 안전요원이 운전대를 잡기도 한다. ©엄윤주

자율주행버스는 12월 말까지 무료로 운행된다. 이번 주행 과정을 통해 안전 검증을 거쳐 내년 상반기에는 청계 5가까지 노선이 확장되고 유료로 운행될 예정이다.

운행 시간은 평일 오전 9시 30분부터 16시(점심시간 12시~1시 30분 미운행)까지, 토요일에는 점심시간 없이 오전 9시 30분부터 13시 30분까지 운행된다. 다만 TAP을 이용한 승차 예약은 마감 30분 전까지 유효하다. 운행 1주일이 지난 요즘 매일 약 50명의 시민이 자율주행버스를 탑승하고 있다고 한다.

운전자 없이 자동차 스스로 운행하는 자율주행이 영화 속 이야기에서 현실이 된 시대를 마주하게 됐다. 꿈이 현실이 된 듯한 경험은 이제 시민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자율주행버스는 12월 말까지 무료로 운행된다.
자율주행버스는 12월 말까지 무료로 운행된다. ©엄윤주
자율주행버스 탑승을 인증하면 상품을 받는 이벤트가 진행 중이다. (소진시까지)
자율주행버스 탑승을 인증하면 상품을 받는 이벤트가 진행 중이다. (소진시까지) ©엄윤주

- 시민기자 엄윤주

토닥토닥~ 아픔을 나눠요! 마음을 챙기는 사람들

마음을 챙기는 사람들
"날개를 주웠다, 내 날개였다." 류시화 시인의 '마음 챙김의 시'의 한 구절이다. 마음보다는 언제나 몸이 먼저였다. 하지만 지금은 떨어진 날개처럼 부서진 마음을 먼저 챙기려는 마음 챙김의 시대다.
마음 쉼 카페 전경
마음 쉼카페 방명록

상실을 경험한 마음을 달래기 위한 상담

점점 길어지는 팬데믹과 전쟁, 치솟는 물가와 유례없는 불경기는 개인의 고립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친구와 동료들은 역을 떠난 열차처럼 점점 멀어지고, 흩어진 서로의 마음은 쉽사리 예전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재난은 큰 트라우마를 남긴다.

김민재 씨는 최근 불면증이 생겨 정신과 전문의를 찾았다. 친근하던 공간들이 갑자기 매우 낯설게 느껴졌다고 한다. "동떨어진 곳에 혼자 고립된 느낌이었어요. 아픔은 나누면 반으로 줄어든다고 하지요. 다른 사람들과 슬픈 감정, 상실감을 공유하면 도움이 된다는 전문의의 의견을 들었어요. 이런 경험을 한 것이 나 혼자만은 아니라는 말이 의외로 슬픈 마음을 치유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어요."

혼자가 아니라는 연대감 그리고 위안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소방관, 경찰관, 의료 인력, 주민들을 위한 재난 심리 지원 카페인 '마음 쉼 카페'가 용산구에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원래는 일반 카페였는데, 심리 상담 카페로 기능을 임시 전환해 11월 말까지 운영한다고 했다. 눈이 편안해지는 그린 계열의 인테리어와 함께 "함께 위로해요"라는 메시지가 마음에 와닿았다. 내부는 몇 개 공간으로 나뉘어 있었다. 안내된 곳은 아로마테라피 룸이었다.

아로마테라피 전문가와 함께 수많은 아로마샘플 중 마음에 드는 세 가지를 골랐다. 직접 고른 레몬그라스, 제라늄, 라벤더를 레시피에 따라 블렌딩하자 나만의 향기가 완성되었다. 전문가는 "우울증 개선과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는 향을 고르셨어요"라고 말했다. 아로마테라피 룸을 나오자 상담 공간으로 안내되었다.

"불행했던 기억 대신 행복했던 기억들을 떠올려보세요. 눈물을 지울 수 있는 건 시간과 웃음입니다." 심리 상담사는 '스스로 자신이 소중한 존재임을 인식'할 것을 이야기했다. 그 말이 참 따스하게 다가왔다.

트라우마는 쉽게 알아채기 힘들 때도 많다. 이태원 참사를 직접 목격했거나 다양한 매체를 통해 간접 목격했다면 '정신건강 위기상담전화(1577-0199)'로 문의해보자. 정신전문 의료 기관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특별심리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서울시 각 자치구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는 유가족을 위한 마음 건강검진 서비스도 제공한다. 청소년의 마음 건강을 위해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02-1388)는 24시간 문을 열고 있다. 이제 다친 마음의 문을 닫는 대신 깊숙한 곳에 자리한 상처에 반창고를 붙여보자.

<응답하라 1988>에서 쌍문동 친구들이 서로 누가 가장불행한가를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다. "우리 아빠는 학생주임이야." "나는 반지하에 살아." 동룡이와 덕선이가 서로의 불행함을 이야기하는 이 장면은 왜 지금도 아른거릴까. 서로의 아픔을 이야기하고 나누던 드라마 속 친구들과 달리 2022년의 우리는 각자 아픔을 숨긴다는 것만 다를 뿐. 아픈 마음은 더 이상 개인의 몫이 아니다.

이제는 마음에 쓴 심리적 마스크를 벗을 때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동안 함부로 사용해오거나 방치해온 '마음 건강'을 검진해보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서울시도 이런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심리 상담의 문턱을 낮추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블루터치'나 '마음안심버스'도 그 중 하나다. 블루터치는 마음 건강을 부쩍 돌보기 시작한 서울시민을 위해 서울시가 만든 정신 건강 통합 플랫폼이다. 블루터치를 통해 다양한 사람이 다양한 행복을 찾아가고 있다.

마음안심버스는 내가 사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마음안심버스 정류장에서 전문가에게 트라우마 및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는 버스다. 버스는 스트레스 검사, 안정화, 집단 프로그램 및 개인 상담을 하는 공간으로 세심하게 구성되어 있다. 서울광장 앞에 멈춘 마음안심버스에서 상담을 받고 나온 유진희 씨는 "버스를 타고 가벼운 여행을 떠나듯 마음안심버스를 타고 나도 몰랐던 내 마음속으로 탐험을 떠난 기분"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청년마음건강 지원 사업을 통해 구직난으로 인한 우울증을 개선하고 최근 취업에 성공한 박승훈 씨는 "마음도 돌봄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앞으로 나를 돌보는 일에 더욱 책임감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는 그의 베스트셀러 <아주 보통의 행복>에서 "항상 신나고 항상 들떠 있는 것이 행복이라고 오해했기에 우리는 소외됐다. 이제 자기만의 기준으로 삶을 살며 자신을 흡족하게 하는 흡족의 시대를 살아야 한다"라고 말한다. 행복에는 특별한 것이 없다. 진정한 행복은 '내 삶을 사랑하는 정도'다. 우리는 그동안 마스크 없는 세상을 꿈꿔왔다. 야외에서 얼굴의 마스크는 벗었으니 이제 심리적 마스크를 벗을 때가 아닐까.
지난 11월 서울광장에서 진행된 '심리지원부스·마음안심버스' 상담 현장.
지난 11월 서울광장에서 진행된 '심리지원부스·마음안심버스' 상담 현장.
정한솔

정한솔

"나를 돌보는 일에 더욱 책임감을 느끼고 행동하기."

연일 계속되는 뉴스 보도와 SNS의 자극적 영상을 의식적으로 멀리하려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더욱 소중히 여기고, 행복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 마음안심버스 상담을 통해 알게 된 것을 바탕으로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아름다운 자연 풍경 속에서 기운을 얻기 위해 가벼운 여행을 다녀오려 한다.
홍인하

홍인하

"자신의 기분을 북돋을 수 있는 방법을 찾자."

좋은 향기를 맡으면 누구나 기분이 좋아진다. 마음 쉼 카페에 자원봉사를 지원했다. 마음을 다친 분들, 트라우마로 고생하는 분들에게 그들만의 향을 찾도록 제안하고, 향을 통한 심리 치유에 도움을 주고 있다. 기분을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는 걸 기억하고, 모두 트라우마를 잘 극복했으면 좋겠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안정화 기법 안내

스트레스를 완화하기 위한 안정화 기법을 안내해드립니다.

다음 순서에 따라 호흡 조절 연습을 해보세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안정화 기법 안내

1

조용하고 안락한 장소에서 편안한 자세로 실시합니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안정화 기법 안내

2

한 손은 가슴 위에, 다른 한 손은 배꼽 위에 올리고,

되도록 배 위의 손만 오르내리도록 하면서

호흡을 합니다. 즉 가슴은 가만히 두고 배로 숨을 쉽니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안정화 기법 안내

3

숨을 들이쉬면서 마음속으로 숫자 '1, 2, 3'을 세고, 내쉬면서

'편안하다'라고 마음속으로 말합니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안정화 기법 안내

4

몸의 긴장을 풀고 부드럽게 호흡하면서 평소 정상적인 호흡 횟수와 깊이를 유지합니다.

무리하게 하지 않아야 합니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안정화 기법 안내

5

호흡하면서 배 위의 손에 정신을 집중합니다.

※출처: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 <비대면 사례 관리 워크북> '정신 건강 편'

서울시가 함께하는 마음 챙김· 마음 돌봄
마음안심버스

마음안심버스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서울시민의 심리 상담 및 치유를 위해 올해 3월부터 도입한 버스. 자치구별로 단체 예약을 받아 이동한다. 스트레스나 우울·불안 등 자신의 심리 상태를 알 수 있으며, 정신 건강 전문가가 들려주는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블루터치 플랫폼을 통해 찾아가는 마음안심버스 서비스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정신 건강 통합 플랫폼 '블루터치'

정신 건강 통합 플랫폼 '블루터치'

블루터치는 서울시 정신 건강 통합 플랫폼으로 정신 건강 정보, 자가 검진, 자가 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내 마음 건강 알아보기, 생애 주기 및 정신 건강 유형별 맞춤형 서비스 등 다양한 심리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문의 blutouch.net

서울시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서울시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이태원 참사와 같은 예측하지 못한 사고를 포함해 다양한 재난(화재·풍수해 피해 등)에 대한 전화·화상·대면 심리 상담을 무료로 지원한다. 각종 재난으로 심리적 충격을 받은 시민이라면 누구나 전문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고, 필요한 경우 전문 병원으로 연계해준다.

문의 02-2181-3107

임지영 사진 한문현, 김규남

출처 서울사랑 (☞ 원문 바로가기)

- 서울사랑

추위 속 이동노동자 위해 캠핑카가 간다! '이동노동자쉼터'

서울시는 이동노동자들을 위해 '찾아가는 이동노동자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동노동자들을 위해 '찾아가는 이동노동자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엄윤주

"평소 같으면 다음 호출이 올 때까지 주변에서 그냥 대기하는데, 오늘은 찾아가는 이동쉼터 덕분에 잠시 쉬었다 갑니다. 방한용품까지 챙겨주니 더 따뜻하게 느껴지네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찾아가는 이동노동자쉼터'에서 휴식을 취한 퀵서비스 기사분이 전하는 말이다.

겨울은 야외에서 일하며 마땅히 쉴 곳 없는 이동노동자들에겐 더욱 가혹한 계절이다. 이에 서울시는 배달노동자, 대리운전자, 택배배달원, 퀵서비스 기사, 방문판매원과 같은 이동노동자들을 위해 11월 16일부터 12월 말까지 '찾아가는 이동노동자쉼터'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접근이 편리한 캠핑카를 개조해 만든 '찾아가는 이동노동자쉼터
접근이 편리한 캠핑카를 개조해 만든 '찾아가는 이동노동자쉼터 ©엄윤주

'찾아가는 이동노동자쉼터'는 대기시간이 길지 않은 직업의 특성을 고려해 접근하기 쉽고, 편리한 캠핑카를 개조해 공간을 마련했다. '찾아가는 이동노동자쉼터' 캠핑카는 총 3대다. 1~2호차는 정해진 장소를 이동하여 3~5일 간격으로 운영되고, 3호차는 12월 말까지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제1주차장에서 운영된다. 이동쉼터가 순회하며 운영되는 장소들은 동대문, 종로 마로니에공원, 왕십리역 등 약 20여 곳이다. 순회일정은 서울노동권익센터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운영시간은 월~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휴식을 취하며 이용할 수 있는 커피와 간단한 다과도 준비되어 있다.
휴식을 취하며 이용할 수 있는 커피와 간단한 다과도 준비되어 있다. ©엄윤주
찾아가는 이동노동자쉼터 캠핑카 안에는 테이블, 소파, 화장실이 구비되어 있다.
찾아가는 이동노동자쉼터 캠핑카 안에는 테이블, 소파, 화장실이 구비되어 있다. ©엄윤주

직접 방문해 본 '찾아가는 이동노동자쉼터' 캠핑카 내부는 테이블과 소파, 화장실까지 구비되어 아늑한 느낌이 들었다. 휴식을 취하며 이용할 수 있는 커피와 간단한 다과도 준비되어 있었다. 캠핑카 한 켠에는 조리식품을 데울 수 있는 전자레인지까지 구비되어 있다. 방문 노동자들에게 따뜻한 목 워머와 장갑 등 방한용품도 제공되어 더욱 온기가 느껴졌다.

"서울시에서 저희 같은 이동노동자들을 배려해 이런 공간을 만들어 줬다는 것이 무척 고맙더라구요. 올해 시범 운영하는 거라는데, 무더운 여름철에도 운영되었으면 좋겠어요."

방문 노동자들에게 따뜻한 목 워머와 장갑 등 방한용품도 제공한다.
방문 노동자들에게 따뜻한 목 워머와 장갑 등 방한용품도 제공한다. ©엄윤주

'찾아가는 이동노동자쉼터'는 추운 겨울철 야외 노동자들에게 일하는 중간 중간 잠시나마 몸을 녹일 수 있는 휴게공간을 제공하고, 따뜻한 음료와 편의물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취약노동자들의 건강권과 휴식권 보호를 위함이다.
서울시는 서초, 합정, 북창, 녹번, 상암 등 5곳에 '휴(休)이동노동자쉼터'도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는 서초, 합정, 북창, 녹번, 상암 등 5곳에 '휴(休)이동노동자쉼터'도 운영하고 있다. ©엄윤주
북창동에 위치한 '휴(休)이동노동자쉼터'. 이동노동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북창동에 위치한 '휴(休)이동노동자쉼터'. 이동노동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엄윤주

서울시는 2016년부터 '휴(休)서울이동노동자쉼터'도 운영 중이다. 서초, 북창, 합정, 녹번, 상암 등 5곳에 안마의자까지 갖춘 휴게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요일별로 안전, 건강, 금융, 법률 상담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거리가 일터인 이동노동자들에게 올 겨울만큼은 따뜻한 겨울이 되기를 함께 바란다.
서울시 찾아가는 이동노동자 쉼터 일정 및 장소 안내 ©서울노동권익센터
서울시 찾아가는 이동노동자 쉼터 일정 및 장소 안내 ©서울노동권익센터

찾아가는 이동노동자쉼터

휴(休)이동노동자쉼터

- 시민기자 엄윤주

안심소득 시범사업 순항중! 세계의 소득보장 실험은?

 '2022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이 DDP 아트홀 2관에서 열렸다. ⓒ조시승
'2022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이 DDP 아트홀 2관에서 열렸다. ⓒ조시승

지난 8월 21일 생활고와 암투병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수원 권선동 세 모녀(60대 여성과 40대 두 딸)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11월 23일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의 한 빌라에서도 모녀(60대 여성과 30대 딸)가 숨진 채 발견되어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창천동 모녀는 현행 시스템상 위기가구로 발굴하기 어려운 사각지대로 파악되어 복지제도와 위기가구 발굴에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모녀는 거주지인 서대문구와 주민등록상 주소지인 광진구 모두에서 별다른 복지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

모녀는 기초생활수급자는 아니었지만 건강보험료와 전기요금 체납 등 위기정보가 포착돼 위기가구 발굴 대상자로 선정됐었다. 그러나 광진구의 복지 담당자는 모녀가 실거주하지 않자 발길을 돌렸고, 서대문구는 모녀의 집 전기료가 잇달아 연체됐음에도 위기가구가 살고 있다는 걸 파악하지 못했다.

전기요금 3개월 이상 체납은 34종의 위기정보 중 하나에 해당돼 한국전력공사가 보건복지부로 체납자 이름과 주소를 알렸다. 하지만 이 모녀는 서대문구로 이사한 뒤 전기요금 명의변경을 하지 않아 과거 세입자 명의로 요금을 내고 있었기에 발굴이 어려웠다.
서울 안심소득 시범사업은 복지 사각지대 없는 약자와의 동행을 지향한다. ⓒ조시승
서울 안심소득 시범사업은 복지 사각지대 없는 약자와의 동행을 지향한다. ⓒ조시승

우리나라는 1999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마련됐고 이듬해 10월 1일부터 실행됐다. 그러나 20년이 경과한 지금, 앞의 예처럼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가 존재하여 보완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서울 안심소득은 그 대안으로 시작됐다. 올 8월 서울시가 시범적으로 도입한 안심소득은 소득이 기준액에 미달하는 경우 차액의 일정 비율을 서울시가 현금으로 지원하는 제도다. 소득이 낮을수록 더 많은 지원금을 받는다. ☞ [관련 기사] '안심소득 시범사업' 닻 올랐다…11일 500가구에 첫 지급

지난 7월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 500가구를 선정해 1단계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내년에는 기준 중위소득 85% 이하 1,100가구를 추가로 선정해 2단계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시범사업은 기준액을 중위소득 85%로 설정하고 기준액과 참여자 소득 차액의 절반을 3년간 지급하도록 설계됐다.

서울시는 저소득 88만 가구가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는 것을 감안해 더욱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의견 수렴의 장을 마련했다. 12월 6일, 사회구성원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는 미래 복지 정책 제안을 위해 '2022 2022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을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서 개최했다.

행사장에서 배포한 서울 안심소득 홍보 브로슈어와 동시통역 리시버 ⓒ조시승
행사장에서 배포한 서울 안심소득 홍보 브로슈어와 동시통역 리시버 ⓒ조시승

이번 서울 안심소득 국제포럼은 안심소득 시범사업 시작 이후 처음 열리는 국제포럼으로, 세계에서 소득보장 실험을 이끄는 전문가와 석학들이 참여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환영사를 통해 "이번 포럼의 대주제는 약자와의 동행을 위한 새로운 복지제도의 모색이다. 서울시의 안심소득 실험뿐 아니라 미국·핀란드·독일에서 진행되는 실험 과정을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는 글로벌 논의의 장이 될 것"이라면서 "빈곤의 악순환 고리를 끊고, 사회구성원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이번 포럼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포럼은2개 세션으로 나눠 진행됐다. 세션1에서는 '각국의 새로운 복지제도 실험'이라는 주제로 서울·핀란드·독일·미국의 사례가 소개되었다. 독일 베를린의 소득실험 총 책임자인 독일경제연구소의 위르겐 슈프 교수,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을 이끈 헤이키 힐라모 교수, 빈곤 연구 전문가인 로버트 A. 모핏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교수 등 소득보장 실험을 이끌고 있는 전문가와 세계적 석학들이 참여했다.

세션2에서는 '서울 안심소득'이라는 주제로 박기성 성신여대 교수, 김상철 서울복지재단 대표이사가 발표했다. 각 세션에는 질의 응답 및 토론 시간이 주어졌다. 소개된 주제나 사례에 대해 근로의지 저하 등 다른 부작용은 없는지, 재원 대비 효과는 어느 정도인지 열띤 토론의 장이 이어졌다.

핀란드의 헤이키 힐라모 교수가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에 대한 발표를 하고 있다. ⓒ조시승
핀란드의 헤이키 힐라모 교수가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에 대한 발표를 하고 있다. ⓒ조시승

소득보장 실험은 나라마다 초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진행 방식, 형태 등에 차이가 있다. 국가나 도시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당면한 과제가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소득이 낮은 사람에게 방점을 뒀기 때문에 사회보조제도 개선에 주력했다. 핀란드는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근로 유인에 초점을 뒀다. 독일 베를린은 기본소득에 가까운 모델을 적용해, 급여를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방식을 택했다.

스테이시아 웨스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보장소득연구센터장은 미국의 안심소득 실험 연구를 소개했다. 미국 미시시피주 잭슨시는 2018년 1년 동안 조건 없이 월 1,000달러(약 130만원)를, 캘리포니아주 스톡턴시는 2019년 1년간 월 500달러(약 65만원)를 지원했다. 웨스트 센터장은 "기본소득 수령자는 집에서 식사 준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등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불안, 우울증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독일 위르겐 슈프 선임연구위원이 독일의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조시승
독일 위르겐 슈프 선임연구위원이 독일의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조시승

독일도 베를린에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기본소득 명목으로 매월 1,000유로(약 137만 6000원)를 지급하는 기본소득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세금으로 진행되는 사업이 아닌 시민사회가 기부를 통해 진행하는 실험 중이다. 베를린 기본소득 연구 총책임자인 위르겐 슈프 독일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연구 결과를 아직 분석하는 중이지만, 대체로 삶 전반에 걸쳐 개인의 행동·태도 변화가 나타났다고 전했다.

반면 핀란드 헤이키 힐라모 헬싱키대학교 사회정책학부 교수는 핀란드에서 진행된 기본소득 실험과 관련해 "25~58세 실업자 2,000명을 선정해 2년간 560유로(약 76만원)를 줬던 핀란드에선 기본 소득과 취업률이 그다지 상관관계가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1단계 안심소득 시범사업에 참여할 500가구를 선정해 안심소득을 지급  중이다. ⓒ서울시
서울시는 1단계 안심소득 시범사업에 참여할 500가구를 선정해 안심소득을 지급 중이다. ⓒ서울시

빈곤과 불평등 해소를 목표로 미국 스톡턴에서 2019년부터 2년 간 무작위 선정된 주민에 대해 조건 없이 월 500달러(약 68만원)를 지급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한 마이클 터브스 미국 보장소득제 시장모임 대표는 "오히려 기본소득을 지급 받는 사람들이 2배 정도 더 실업이 줄어들었고 파트타임에서 전일제로 전환하는 걸 볼 수 있었다"며 "사람들이 소득을 보장 받아도 노동시장에서 탈퇴하거나 게을러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심소득 시범사업의 성공을 위한 다수의 분석과 제안도 이뤄졌다. 영상 특별기조연설에서 로버트 모핏 존스홉킨스대학교 교수는 "안심소득은 최저소득자들과 고소득자들 모두를 위한 더하기 사업"이라며 "새로운 사업이 기존 제도에 더해지기 때문에 지급이 빠르게 진행돼야 웰빙 효과가 증가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순둘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안심소득의 명확한 타겟이 필요하다며, 안심소득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직접적 영향을 나타낼 수 있는 '대표 지표'를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 마이클 터브스 보장소득 시장모임 대표가 영상으로 미국의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조시승
미국 마이클 터브스 보장소득 시장모임 대표가 영상으로 미국의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조시승

안심소득이 복지제도의 혁신을 이끌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오호영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근로 복지 사각지대와 복지 전달 체계의 문제로서 기존 복지제도, 기초생활보장제도가 갖고 있는 한계를 극복할 필요가 았다"며 "복지제도를 스마트화하는데 안심소득이 기여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 경제학과 교수는 "복지 사각지대에서 안타까운 일이 반복되는 이유는 우리나라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선별 제도 때문"이라며, 이에 대한 대안적 소득 제도로 등장한 것 중 하나가 안심소득이고 같은 재원으로 불평등 개선 효과가 월등할 것으로 보았다.
성신여대 박기성 교수가 안심소득의 비용과 경제적 효과를 그래프로 설명하고 있다. ⓒ조시승
성신여대 박기성 교수가 안심소득의 비용과 경제적 효과를 그래프로 설명하고 있다. ⓒ조시승

세션1의 토론자로도 참석한 오세훈 시장은 "핀란드 시범사업의 경우에는 노동 의욕을 고취하는 데 크게 변화는 없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면서 "안심소득을 통해서 제가 관심 있게 지켜보고자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시장은 또한 서울시의 안심소득 실험을 통해 취약계층을 두텁게 보호하는 미래복지시스템을 실험 중이라고 밝히며,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와 일자리 구조 변화,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전 세계적 빈곤과 불평등이 날로 심화되고 있고 새로운 미래 복지 시스템이 요청된다고 말했다.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 회의장을 가득 메운 300여 명의 참석자들 ⓒ조시승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 회의장을 가득 메운 300여 명의 참석자들 ⓒ조시승

소득보장 논의는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사회적 이슈다. 4차 산업혁명 가속화, 코로나 19 여파 등으로 기존 경제 시스템에서 소외되는 계층이 급증했다. 이런 어두운 단면의 해소와 안정적 삶에 대한 논의는 모두의 지혜를 모아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2022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

- 시민기자 조시승

출처 - 서울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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